2009년 09월 11일
데나와 차우파우 숲 : 1. 알베로코의 마법사 - #5
데나와 차우파우 숲 (朗 : ver beta 2.1)
1. 알베로코의 마법사
#5
꿈속에서 바이올렛은 끝도 없이 벌레의 알을 먹고 있었다. 뱃속에 벌레가 가득차자 벌레들은 바이올렛의 배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꿈틀대는 벌레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올 때마다 바이올렛의 몸은 시퍼렇게 변하더니 점점 부풀어 올랐다.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자 이번엔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바이올렛을 지하의 우물에 가둬버렸다. 흉측한 살덩이 괴물로 변해버린 바이올렛은 짐승의 목소리로 절규했다. 이전의 다른 아이들처럼 바이올렛은 우물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바이올렛은 얼른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벌레가 구멍을 뚫고 나온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게 꿈이었던 것이다.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옷을 갈아입은 바이올렛은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어 봤다. 벌레의 알을 안 먹은 지도 벌써 이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꾼 꿈과는 달리 바이올렛은 괴물이 되지 않았다. 대신 먹는 약의 종류가 바뀌었으며 얼마 전엔 신비로운 마법의 의식도 경험하게 되었다. 바로 마법사가 되는 의식이었다.
예전에 수습마법사가 될 거란 샥의 말대로 바이올렛은 현재 마법사가 되었다. 이제 겨우 2주차로 혼자 쓸 수 있는 마법은 음식을 발효시키는 마법뿐이었지만, 샥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바이올렛은 마법을 익힌 다음에야 샥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바이올렛이 익힌 마법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다른 세계의 것으로 마법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극히 제한적인 능력이었다. 샥은 제자가 아니라 이계의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필요했던 것이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마법은 각종 자료를 통해 바이올렛이 직접 익혀야만 했다.
샥은 바이올렛이 수련을 열심히 하면 마법진 밖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런 날이 정말 올지는 미지수였다. 샥은 바이올렛과 전혀 다른 마법의 계통을 익혔기에 이론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샥이 바이올렛에게 요구한 것은 마도기와 주문서를 이용해서 특정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뿐이었는데, 그건 설명서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현계의 마법을 익힌 샥은 이계의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마도기만 있으면 되는 아주 단순한 작업 때문에 다른 마법사를 불러들이는 건 성가신 일이었고, 그렇다고 무작정 보류하기엔 아쉬웠던 것이다. 그래서 샥은 바이올렛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이올렛에게 이계의 마법을 익히게 해서 필요한 부분을 얻고, 운이 좋으면 괜찮은 조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계산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바이올렛이 평소처럼 방문을 열려 했지만 문은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주 있는 일이기에 바이올렛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온 것이다. 집에 손님이 찾아 올 때마다 샥은 이처럼 바이올렛을 방에 가두고 문을 마법으로 잠가버렸다.
요즘 들어 사람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바이올렛은 방에 갇히는 일이 잦아졌다. 그 중 아침에 방문하는 손님이 제일 싫었다. 오전의 자유 시간을 제한받기 때문이다. 어떤 손님이 왔는지 보지도 못하는데 아침부터 갇히게 되는 건 정말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바이올렛은 침대에 다시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방문이 잠기면 창문도 같이 닫히기에 집밖을 내다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바이올렛은 방의 구속이 풀릴 때까지 책이나 읽으려 했는데, 책장에 다가간 순간 종소리가 들렸다. 샥이 부엌에서 바이올렛을 부르는 소리였다.
방의 구속이 풀리자 바이올렛은 방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먼저 몸을 씻고 식사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하마터면 손님 때문에 오늘 아침을 굶을 뻔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샥이 아침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바이올렛은 샥의 눈치를 보며 입에 음식을 넣었다. 샥은 종종 깊은 생각에 빠지는데 바이올렛은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이길 바랬다.
하지만 바이올렛의 기대는 어김없이 깨지고 말았다. 식사가 끝나자 샥은 바이올렛을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갑작스런 샥의 행동에 바이올렛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창살우리, 우물, 그리고 끔찍한 의자까지 모든 게 그대로였다. 잊고 있던 공포가 다시 바이올렛을 엄습해왔다.
“넌 한동안 여기에서 지내야겠다.”
샥의 그 한마디가 마치 사형선고 같았다. 이름을 받은 후론 한 번도 지하실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바이올렛은 자신의 처지가 다시 일회용의 고아로 전락했을까봐 몸을 떨었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부터 샥이 지하실에 고아를 들이고 있지 않았다. 고아를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다시 바이올렛이 실험대에 오른 걸지도 모른다.
“한동안이다. 이곳에서 조용히 지내라. 네가 마법을 쓸 수 있도록 여기에 마법진을 그려두마. 네가 필요한 물품도 모두 가져다주마. 얌전히만 군다면 굳이 철창 안에 가두진 않으마.”
바이올렛은 머릿속이 경직되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 샥은 지하실을 빠져나갔고 바이올렛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이올렛이 절규한 것은 그 다음 일이었다.
다행히도 샥이 바로 물품을 들고 돌아왔기에 울먹이던 바이올렛은 얼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샥은 바이올렛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바이올렛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바이올렛은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아 다시 한 번 샥에게 애걸했다.
“마법을 연구하는 건 언제나 큰 위험을 껴안고 있지. 이 세계에서는 그런 위험이 특히나 심해. 라돈 녀석들이 우리 마법사들을 가만히 놔두질 않거든. 라돈 녀석들은 말이다. 나 같은 마법사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연구기록까지 불태워 버리는 고약한 놈들이지. 만일에 내가 그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면 바이올렛, 너까지 죽을 테니 그리 알고 있어라.”
샥은 밖으로 보내달라는 바이올렛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창살우리 안에서 바이올렛이 사용할 마법진을 그렸다. 바이올렛은 그 안에 발을 들이기도 싫었기에 최소한 창살 밖에 그려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모포와 베개는 샥의 배려로 깨끗한 새것을 받았다. 거기다 새로 마련된 잠자리는 창살 밖에 위치했기에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다. 물론 화장실을 여기서 해결해야 된단 점은 여전히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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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베로코의 마법사
#5
꿈속에서 바이올렛은 끝도 없이 벌레의 알을 먹고 있었다. 뱃속에 벌레가 가득차자 벌레들은 바이올렛의 배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꿈틀대는 벌레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올 때마다 바이올렛의 몸은 시퍼렇게 변하더니 점점 부풀어 올랐다.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자 이번엔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바이올렛을 지하의 우물에 가둬버렸다. 흉측한 살덩이 괴물로 변해버린 바이올렛은 짐승의 목소리로 절규했다. 이전의 다른 아이들처럼 바이올렛은 우물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바이올렛은 얼른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벌레가 구멍을 뚫고 나온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게 꿈이었던 것이다.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옷을 갈아입은 바이올렛은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어 봤다. 벌레의 알을 안 먹은 지도 벌써 이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꾼 꿈과는 달리 바이올렛은 괴물이 되지 않았다. 대신 먹는 약의 종류가 바뀌었으며 얼마 전엔 신비로운 마법의 의식도 경험하게 되었다. 바로 마법사가 되는 의식이었다.
예전에 수습마법사가 될 거란 샥의 말대로 바이올렛은 현재 마법사가 되었다. 이제 겨우 2주차로 혼자 쓸 수 있는 마법은 음식을 발효시키는 마법뿐이었지만, 샥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바이올렛은 마법을 익힌 다음에야 샥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바이올렛이 익힌 마법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다른 세계의 것으로 마법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극히 제한적인 능력이었다. 샥은 제자가 아니라 이계의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필요했던 것이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마법은 각종 자료를 통해 바이올렛이 직접 익혀야만 했다.
샥은 바이올렛이 수련을 열심히 하면 마법진 밖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런 날이 정말 올지는 미지수였다. 샥은 바이올렛과 전혀 다른 마법의 계통을 익혔기에 이론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샥이 바이올렛에게 요구한 것은 마도기와 주문서를 이용해서 특정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뿐이었는데, 그건 설명서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현계의 마법을 익힌 샥은 이계의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마도기만 있으면 되는 아주 단순한 작업 때문에 다른 마법사를 불러들이는 건 성가신 일이었고, 그렇다고 무작정 보류하기엔 아쉬웠던 것이다. 그래서 샥은 바이올렛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이올렛에게 이계의 마법을 익히게 해서 필요한 부분을 얻고, 운이 좋으면 괜찮은 조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계산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바이올렛이 평소처럼 방문을 열려 했지만 문은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주 있는 일이기에 바이올렛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온 것이다. 집에 손님이 찾아 올 때마다 샥은 이처럼 바이올렛을 방에 가두고 문을 마법으로 잠가버렸다.
요즘 들어 사람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바이올렛은 방에 갇히는 일이 잦아졌다. 그 중 아침에 방문하는 손님이 제일 싫었다. 오전의 자유 시간을 제한받기 때문이다. 어떤 손님이 왔는지 보지도 못하는데 아침부터 갇히게 되는 건 정말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바이올렛은 침대에 다시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방문이 잠기면 창문도 같이 닫히기에 집밖을 내다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바이올렛은 방의 구속이 풀릴 때까지 책이나 읽으려 했는데, 책장에 다가간 순간 종소리가 들렸다. 샥이 부엌에서 바이올렛을 부르는 소리였다.
방의 구속이 풀리자 바이올렛은 방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먼저 몸을 씻고 식사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하마터면 손님 때문에 오늘 아침을 굶을 뻔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샥이 아침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바이올렛은 샥의 눈치를 보며 입에 음식을 넣었다. 샥은 종종 깊은 생각에 빠지는데 바이올렛은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이길 바랬다.
하지만 바이올렛의 기대는 어김없이 깨지고 말았다. 식사가 끝나자 샥은 바이올렛을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갑작스런 샥의 행동에 바이올렛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창살우리, 우물, 그리고 끔찍한 의자까지 모든 게 그대로였다. 잊고 있던 공포가 다시 바이올렛을 엄습해왔다.
“넌 한동안 여기에서 지내야겠다.”
샥의 그 한마디가 마치 사형선고 같았다. 이름을 받은 후론 한 번도 지하실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바이올렛은 자신의 처지가 다시 일회용의 고아로 전락했을까봐 몸을 떨었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부터 샥이 지하실에 고아를 들이고 있지 않았다. 고아를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다시 바이올렛이 실험대에 오른 걸지도 모른다.
“한동안이다. 이곳에서 조용히 지내라. 네가 마법을 쓸 수 있도록 여기에 마법진을 그려두마. 네가 필요한 물품도 모두 가져다주마. 얌전히만 군다면 굳이 철창 안에 가두진 않으마.”
바이올렛은 머릿속이 경직되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 샥은 지하실을 빠져나갔고 바이올렛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이올렛이 절규한 것은 그 다음 일이었다.
다행히도 샥이 바로 물품을 들고 돌아왔기에 울먹이던 바이올렛은 얼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샥은 바이올렛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바이올렛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바이올렛은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아 다시 한 번 샥에게 애걸했다.
“마법을 연구하는 건 언제나 큰 위험을 껴안고 있지. 이 세계에서는 그런 위험이 특히나 심해. 라돈 녀석들이 우리 마법사들을 가만히 놔두질 않거든. 라돈 녀석들은 말이다. 나 같은 마법사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연구기록까지 불태워 버리는 고약한 놈들이지. 만일에 내가 그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면 바이올렛, 너까지 죽을 테니 그리 알고 있어라.”
샥은 밖으로 보내달라는 바이올렛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창살우리 안에서 바이올렛이 사용할 마법진을 그렸다. 바이올렛은 그 안에 발을 들이기도 싫었기에 최소한 창살 밖에 그려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모포와 베개는 샥의 배려로 깨끗한 새것을 받았다. 거기다 새로 마련된 잠자리는 창살 밖에 위치했기에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다. 물론 화장실을 여기서 해결해야 된단 점은 여전히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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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9/11 01:47 | 데나와 차우파우 숲 | 트랙백 | 덧글(3)


